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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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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적골연가(전남일보 기고문)

  • 작성자 동**
  • 작성일2015.12.15 09:11
 

전 남 일 보

2015년 12월 15일 (화)



동적골 연가


김지헌 소설가ㆍ수필가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첫눈이 풍요롭게 내리고 간간이 비가 와서 집 앞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들을만해졌습니다. 베란다 문을 열면 도란도란 시끌시끌 재잘거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정겹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는지, 지난 일요일 오후엔 자꾸 무등산 계곡물 소리가 그리워지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주는 유난히 바쁘게 지낸 데다 토요일엔 서울까지 다녀왔으니 지친 제 몸은 자연이 주는 평온한 휴식을 원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제게 전할 메시지가 있는 무등산의 전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뭔가 강렬한 요구가 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아는 저는 그 유혹을 물리치지 않고 초겨울 오후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세인봉 아래의 동적골로 향했습니다. 동적골 초입에 들어서자 전엔 보지 못했던 플래카드가 몇 개 걸려있었습니다. 내용은 대략 '동적골 취락지구 선정에 결사 반대'였지요. 제가 이곳에 오지 못하는 사이 무엇인가 수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감지하였지요.


이제 더 이상 에두르지 않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날 저는 동적골 끝의 세인봉 아래에 서서 무등산 저 꼭대기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물소리를 듣고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들였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씻어내고, 며칠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모두 써버려 방전된 제 에너지가 충전된 것이었지요. 비로소 제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졌습니다. 자연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고, 그래서 문명의 스승일 수 있음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내려오면서 저는 아이들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그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어쩌면 이런 행복도 오래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어떻게 하면 무등산 자락의 이 동적골을 이대로 보존할 수 있을까 생각에 빠졌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저는 동구청에 전화를 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할까, 한 시민으로서 시장님께 편지를 쓸까, 누구에게 어떻게 하소연해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공원 길'로 선정되었던 이 아름다운 길과 풍광이 훼손되지 않을지로 머릿속이 꽉 차버렸습니다. 비우러 떠난 산책길에서 되려 사념으로 복잡해져버린 것이지요.


동적골은 비우고 채우는 제 삶의 소중한 공간입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의미를 갖겠지요. 햇볕 따숩고 새 순 돋는 봄엔 생명이 주는 충만한 기쁨과 감동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더운 여름밤엔 선선한 바람 찾아 나섰다가 이곳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작품을 잉태시키기도 하였지요. 동적골에 다니면서 하마 예닐곱 편의 에세이를 썼을 것입니다. 가을엔 누군가의 밭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을 함께 느끼고, 형형색색으로 변화해가는 아름다운 무등산을 맘껏 훔쳐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곳이었습니다. 찬바람에 나뭇잎들 훌훌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몸으로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버릴 줄 아는 지혜를 체득하기도 했습니다. 채우면 채운대로, 텅 비었으면 비운대로, 오늘처럼 물소리 바람소리에 자신을 맡기고 나서곤 하는 힐링의 공간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지치고 지쳐 비루해진 마음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가 돌아갈 때에는 한없이 평안하고 풍요로워지는 이런 공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권한이, 그런 축복이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는 건가요? 저는 여기서 자본사회의 생산성 운운하는 남루한 이야기들(자본주의의에게는 예의나 품격이란 게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즉 상업지역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부가 가치가 있는지 등속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하지 않아도 자신의 이권과 관련된 몇몇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따질 테니까요. 그러나 확률로 보면 지역민을 위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얻어지는 경제적 이윤은 거개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권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의 재산을 불리는 데 일조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동적골이 어떻게 변화할지 저는 모릅니다. 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니까요(제 걱정이 한낱 기우로 그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동적골에 캠핑장이 들어서면 도로가 나고 상업지역이 점점 그 세를 불려갈 테지요. 그러면 지금의 동적골은 번쩍이는 전기불과 몰려드는 차량으로 점점 오염되어 가겠지요. 개발은 좀 늦어도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훼손된 자연은 다시 복원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곳을 오가며 오순도순 사랑을 키우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돌아가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소쩍새 우는 봄밤의 고즈넉함과 아름다움, 개구리 울음소리 우렁우렁한 논밭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져야 할까요? 무등산 자락의 동적골이 광주 시민, 적어도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치유지로 보존되는 일이 그토록 요원한 일이기만 한 것일까요. 결정권을 가진 분들께 간절히 요청합니다. 자본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헤아려 주시길 엎드려 청합니다. 제 간절한 염원은 비단 개인의 것이 아닌, 이곳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힘없는 한 소시민이 동적골을 보존하고픈 간절함으로 온 정성을 모아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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